본문 바로가기
게임/게임 인문학

항아리 게임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만들었나

by Jinger 2024. 8. 18.

항아리 게임을 왜 하는가

게임은 일반적으로 플레이어에게 도전과제를 제시하고, 이를 극복하면서 성취감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항아리 게임(Getting Over It with Bennett Foddy)’은 이와는 정반대의 방식으로 플레이어를 자극한다.

이 게임은 괴상한 난이도와 실패에 대한 조롱으로 가득 차 있으며, 플레이어에게 이 도전이 의미 없음을 전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 무의미한 도전에 매료되며, 때로는 좌절하고 때로는 이를 극복하려 노력한다.

왜 사람들은 이런 게임을 하게 되는 걸까?


항아리 게임의 예술적 가치

독일 철학자 헤겔은 예술을 건축, 조각, 회화, 음악, 문학으로 정의했으며, 이후 프랑스에서는 영화, 공연 예술, 매체 예술 등이 추가되었다.

이러한 예술 형태 중에서도 게임은 특히 참여가 필수적인 예술이다.

다른 예술들이 참여형이라고 할 수 있어도, 게임만큼 플레이어의 직접적인 참여가 중요한 매체는 드물다.
과거의 예술은 ‘우리가 전달하는 것은 가짜에 불과한가?’와 같은 주제를 종종 쿨하게 넘겨왔다.

그러나 게임, 특히 항아리 게임은 이 주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플레이어는 게임 속 가상의 세계에 참여하며, 개발자의 의도대로 움직인다.

하지만 항아리 게임은 그동안 예술이 제기해 온 이 고민을 그대로 게임으로 가져와, 주체성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많은 이들이 항아리 게임을 단순히 밈 게임으로 여기고, 스트리머나 유튜버가 고생하는 모습을 보며 남의 고통을 즐긴다고 생각한다.

이를 예술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평론가들의 과장된 행동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아리 게임은 주체성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고, 플레이어가 스스로 이겨낸 도전을 더 소중하게 여기도록 만든다.
이 게임은 무의미한 도전을 제공하면서도, 이를 통해 개발자의 의도를 깨부수고 자신만의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을 통해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한다.

베넷 포디는 이러한 아이러니를 항아리 게임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게임이란 참여 예술의 본질은 플레이어가 개발자의 의도를 넘어 스스로 의미를 창출하는 과정에 있다는 것이다.


항아리 게임을 만든 이유

항아리 게임을 제작한 베넷 포디는 철학 박사로서, 인간의 중독 현상을 연구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다양한 웰메이드 게임을 즐겼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게임에 흥미를 잃어갔다.

그 이유는 그가 웰메이드 게임에서 이미 구조와 형태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신선한 시도를 원하게 되었고, 그 결과물이 바로 항아리 게임이었다.
포디는 특히 '섹시 하이킹'이라는 B급 게임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 게임은 두통이 올 것 같은 난이도와 불합리한 조작 방식으로 유명했으며, 일반인들에게는 초등학생이 만든 똥 게임처럼 보였다.

그러나 포디는 이 게임에서 신선함을 느꼈다.

그는 게임이 제공하는 도전과 성취의 순환에서 벗어나, 단순히 무의미한 도전을 제공하는 게임을 만들고자 했다.

포디의 항아리 게임은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도전과 보상의 구조(유희 계약)를 의도적으로 제거했다.

이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어떤 보상도 약속하지 않으며, 오히려 불합리하고 고통스러운 과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자신의 주체성을 발견하고, 개발자의 의도를 넘어서 스스로 게임의 의미를 재창조하게 된다.
항아리 게임의 매력은 바로 이 무의미한 도전 속에서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게임이란 본래 참여 예술로서, 플레이어가 개발자의 의도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그 안에서 자신만의 의미를 창출하고 즐거움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베넷 포디는 이를 통해 게임의 본질을 탐구하고, 새로운 형태의 예술을 제시하고자 했다.

항아리 게임은 이러한 예술적 탐구의 결과물로, 기존의 웰메이드 게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플레이어에게 도전과 의미를 제공한다.


항아리 게임의 아이러니

항아리 게임은 겉으로는 플레이어에게 아무런 보상도 약속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게임 내에서 다양한 보상을 제공한다.

특정 지역에 도달하면 나레이션과 음악이 깔리며, 마지막에는 사랑을 담아 경의를 표하는 장면까지 연출된다.

이처럼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달콤한 과육을 제공하면서도, 그 본질은 쓰디쓴 껍질을 원한다고 주장하는 듯한 기만적인 면모를 보인다.

더보기

Starting over is harder than starting up.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은 처음 시작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Don't worry, I'll save your progress, always. 
Even your mistakes.
걱정 마세요, 제가 당신의 진행 과정을 언제든 저장해 드리겠습니다. 
당신의 실수마저도요.

I only want the bitterness
전 단지 씁쓸함을 원할 뿐입니다.

In this you are his WILL. His intent.
The embodied resolve in his uphill ascent.
이곳에서 당신은 그의 목적이자 의지입니다.
그의 언덕을 올라가고자 하는 의지가 구체화된 것입니다.

 

 

결국, 베넷 포디는 게임을 통해 인간의 중독 현상과 참여 예술의 본질을 탐구하고자 했으며,

항아리 게임은 그 탐구의 결과물이다.

이 게임은 플레이어가 스스로 게임의 의미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게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로써 항아리 게임은 단순한 무의미한 도전이 아닌, 게임이라는 예술 형태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주섬주섬

항아리 게임은 단순히 세세하게 만들어진 게임이 행복이나 깨달음을 줄 수 있다는 기존의 생각을 넘어,

게임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도 우리에게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특히, 이 게임은 인디 및 B급 게임 개발자들에게 더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영감을 주었고,

게임의 형식과 내용에 있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밈 게임으로 시작되었지만, 항아리 게임은 그저 재미를 넘어서 그 안에 숨겨진 가치를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물론 이러한 해석이 과대평가일 수도 있겠지만, 항아리 게임이 게임계에 미친 영향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 게임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게임의 본질과 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논의를 불러일으켰다.

참고

유희 계약이란 '이 장애물을 극복하면 충분한 보상을 줄게'라는 개발자의 암묵의 약속이다.

 

Getting Over It with Bennett Foddy on Steam

A game I made for a certain kind of person. To hurt them.

store.steampowered.com

 

 

반응형

댓글